< 연행가 > 의 교육적 독법 : 대타적 자아인식의 형성과 문화 상대주의
김풍기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국어교육학연구 12집 213-236 (2001)
초록
이 논문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홍순학의 <연행가>를 어떤 시각에서 가르쳐야 하는가를 탐구한 글이다. 교과서에서는 홍순학이 중국에 처음 들어가서 그들의 문물을 흥미롭게 관찰하는 부분만을 뽑아서 수록하였다. 홍순학은 <연행가>에서 관념과 현실 사이의 서성거림을 보여준다. 이상적인 중화의 모습과 현실적인 청나라의 발전된 문물은 홍순학을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그의 두려움이 중국으로 들어오면서 경탄과 폄시 사이를 오가면서 모순적으로 보이는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드러낸다. 바로 그 지점이 홍순학의 역사 현실 인식의 출발점이다. 홍순학이 작품 속에서 보여주는 일종의 문화 상대주의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의 창작 태도에서 청의 문물에 대한 편견을 발견하는 것은 그 한계가 어디인가를 잘 보여주는 요소가 된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둘 때 <연행가>를 통해 문화 상대주의가 빠지기 쉬운 함정, 즉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문화적 상대성의 이름으로 또 다른 편견을 적용하는 오류에서 벗어나도록 교육 활동이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국어(하)』의 편찬 과정에서 <연행가>를 수록한 목적이 문화상대주의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의견을 계발하라는 점에 있다면, 그것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라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문학교육의 다양한 이념적 속성 가운데 민족적 주체라는 이념항을 설정할 수 있다면, 이를 위한 민족의식이 문화의 수용 과정의 앞부분에 전제 조건으로 제시되어 있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대타적 민족 의식의 형성을 상기하게 된다. 우리가 타자를 오랑캐로 지목하는 순간 관념 속에서의 우리는 문명인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편견에 사로 잡힌 문화 수용이 될 것이다. <연행가>의 교육적 독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당한 타자의 설정을 통해서만이 정당한 자기 규정 혹은 민족적 주체의 형성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키워드
홍순학연행가고전문학 교육가사(歌辭)문화상대주의대타적 민족의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