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이론의 역사적 변천에 대한 연구
배수찬
서울시립대학교
국어교육학연구 21집 297-324 (2004)
초록
이 논문은 우리 나라에 있었던 읽기의 이론들을 역사적으로 검토해 보고 살펴보고 그에 깔려 있는 전제들을 검토해 보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먼저 과거에 있었던 읽기와 관련된 이론적 논의들을 검토의 대상으로 삼아 사적 변화를 살펴보고, 그 변화가 오늘날의 읽기 개념과 어떻게 같고 다른지 생각해 보았다. 고려 시대부터 우리 나라에 소개된 성리학적 읽기 이론은 독서를 언어 행위로 한정시켜서 보지 않았다.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은 반드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것이어며, 독서는 이러한 실천의 전 단계로 이해되었다. 책을 읽으면 나의 몸[體]에서 행위[行]의 윤리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따라서 책의 내용도 이러한 '체행(體行)'할 수 있는 윤리적이고 실존적인 지식이 중심이 된다는 것도 아울러 확인할 수 있었다. '체행(體行)'할 수 있는 읽기를 강조하는 것은, 사유와 실천을 분리시키지 않는 전통적인 지식 체계를 옹호하는 자세이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표음 문자를 매개로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글이 창제되고 그 이후 이른바 우리말과 중국어의 차이가 차차 인식되면서 '수양 공부의 한 부분'으로서 읽기가 아닌 '읽기 자체'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다. 최세진은 이러한 읽기 가운데서도 특히 한글 읽기 이론의 맹아를 보여주었다. 근대 이후 도입된 서구의 언어학은 '읽기'의 개념을 '표음 문자의 의미 파악'으로 축소시켰다. 언어 기호가 그 자체로 부각되면서 현대 문명에서 널리 쓰이는 서구의 표음 문자로 표기된 언어가 언어의 표준으로 인식되고, '의미'의 뜻도 실존적인 것에서 개념적이고 이성적인 것으로 한정되었다. 그리하여 읽기의 의미도 '글을 해독하고, 내용을 이해하고, 학습하고, 기억하는 과정'으로 축소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오늘날의 교육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데, 이는 국어교육만이 아니라 교육 일반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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