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글쓰기의 또 다른 가능성 —『성호사설』과 『의산문답』을 중심으로
김혜연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박사과정 수료
국어교육학연구 46집 275-306 (2013)
초록
본 연구에서는 『성호사설』과 『의산문답』의 과학 글쓰기 방식을 구체적 인 수사적 장치의 측면에서 살펴보고 그것들이 현재의 과학 글쓰기에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가를 고찰하고자 한다. 이 두 저작을 분석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18세기의 사회문화적 상황과 관련된다. 즉 서양과 중국의 지식과 정 보들이 제한적으로 유입되던 시기에 쓰인 『성호사설』과 18세기 중후반 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들어오던 시기에 쓰인 『의산문답』을 살펴봄으로써, 전통 학 문과 서양 학문 사이에서 어떤 학문적 전개를 펼치고 있는지, 그리고 이들이 어떤 글쓰기 방식을 택하였는지를 비교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성호사설』의 경우, 백과전서식 글쓰기의 전형이면서 글쓴이의 견 해를 종종 직접적으로 반영하거나 개인적 경험도 자주 드러내는 방식으로 쓰였다. 비록 정보 부족으로 인한 오류들도 많았지만 과감한 추론들을 내놓 았던 것은 마찬가지로 지식을 배워나가는 중에 있는 학생들의 활동 차원에 서 참조가 될 만하다. 서양의 천문학 체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게 된 19세 기 무렵에 이들만큼 과감한 추론을 내세우지 못했던 점을 고려할 때 『성호 사설』이 정보나 지식 자체에 함몰되지 않고 자신만의 추론을 내세웠다는 점 은 높이 살 만하기 때문이다. 『의산문답』의 경우, 『성호사설』에 비해 더욱 획 기적이면서도 논리적으로 정교한 추론을 내놓았을 뿐만 아니라 서사구조를 채용하여 더욱 설득력 있으면서도 치밀한 논쟁을 구성할 수 있었다. 두 저작 모두 문장 진술 방식에 있어서는 동사화(動詞化)의 성향을 보여주었다. 이 303 는 뉴튼 이래 현대 과학 산문의 문장 구성 방식으로 자리잡은 명사화(名詞化, nominalizing)과 구별되는 특성으로서, 개념보다는 상황이나 행위의 추이 자체를 보여주는 진술 방식이다. 진술의 동사화를 통해 『성호사설』과 『의산 문답』은 현대의 과학 산문이 보여주는 객관화의 수사 및 기정사실의 전달 등 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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