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서 관습과 창의성의 관계에 대한 연구 - 현기영의 거룩한 생애에 나타난 전(傳) 양식 활용을 중심으로 -
김성진
경인교대
국어교육학연구 16집 91-118 (2003)
초록
창의적 표현과 관습적 표현의 관계는 대립적이지 않다. 전통적 글쓰기의 형식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의미와 양식을 발전시키는 글쓰기의 태도를 박지원의 법고창신(法古創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논문에서는 현기영의 단편 소설 『거룩한 생애』가 전(傳) 양식을 계승하면서 그것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거룩한 생애』의 중요한 특징을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일제 시대에서 해방 직후에 이르는 시기를 살아갔던 한 제주도 여성의 일대기를 단편 소설에 담고 있다. (2)주인공의 전체 생애에서 당시 역사와 관련되어 있는 중요한 사건만을 압축해서 전달한다. (3)세부에 대한 묘사를 최소화한다. 이를 통해 『거룩한 생애』가 한국의 전통적 서사 양식인 전(傳)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거룩한 생애』는 특정 개인보다는 집단적 주체로서의 제주도 민중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전(傳)과 구별되는 새로운 미적 효과를 달성하고 있다. 법고창신은 전통 양식에 대한 '변환'을 통해 이루어진다. 전통적인 글쓰기 형식을 활용하되, 그것에 새로운 미적 효과를 부여하는 것을 '기능 전환'이라고 부를 수 있다. '기능 전환'의 문제 의식은 관습을 바탕으로 한 새로움을 추구하는 글쓰기를 해명하는데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키워드
글쓰기관습창의적 표현법고창신전(傳)기능 전환현기영의 『거룩한 생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