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 초기시의 시작(詩作) 원리 연구
정정순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수료
국어교육학연구 18집 409-432 (2003)
초록
-모호성(ambiguity)을 중심으로- 정 정 순 영랑의 초기시는 모호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 모호성은 다의성과 의 미의 불투명성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영랑의 초기시에서는 의미가 분명 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이 발견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모호 성은 두 가지 양상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발상의 층위와 표현의 층위로 구별하여 논의하는 것이 가능하다. 발상의 층위에서의 모호성은 시인이 전달하고자 내용 자체가 불명료 함으로써 발생하는 모호성을 가리킨다. 시인은 대상에 의해 매개되고 촉발된 감정에서 출발하여 시상을 전개하지만, 대부분의 시에서는 대상 과 내면의 연관이 발견되지 않는다. 대상은 존재하되 의미를 지니지 않 는 것이다. 표현의 층위에서의 모호성은 운율을 위해 의미를 희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음상의 창조를 위해 어휘를 일부러 줄여 쓰거나 다듬어 쓴 경우가 많다. 이러한 모호성이 나타나는 근원적인 원인은 영랑의 시작 원리에 있 다고 볼 수 있다. 대상 연관의 부재는 사물과 현실로부터의 의도적인 자기 소외에서 연원한다. 대상에 의해 순간적으로 촉발된 감정에의 집 중과 스쳐 지나가는 인상들에 대한 탐닉이 그의 시의 출발점인 것이다. 운율을 위해 의미를 희생한 경우는 음악의 상태를 아름다움으로 생 각한 영랑의 시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의 시는 구체적인 의미 내 용을 지시하지 못하는 음악적 행위와 문학적 행위를 등가에 두고자 한 의지적 실천의 산물인 것이다. 순간적으로 포착된 감정을 시화한 영랑의 시작 방법과 운율을 중시 한 표현상의 실천은 각각 시작 방법의 한 가지를 제시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시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중의 한 가지를 제시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독자들에게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키워드
모호성시작(詩作) 원리시쓰기 교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