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문법에서 ‘-기 때문에’ 구문은 부사절인가?
이관규
고려대학교
국어교육학연구 45집 389-411 (2012)
초록
학교 문법에 따르면 아래 문장들에서 밑줄 친 것은 부사절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아니라면 무엇일까? 비가 오기 때문에, 길이 질다. 비가 오는 가운데, 행사는 예정대로 열렸다. 언어 표현 가운데 중심이 되는 핵(核, 머리어)으로 N, V, A, P가 인정되 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관형어가 명사를 수식하고 부사어가 동사와 형용 사를 수식하며, 또한 비록 전치사 혹은 후치사(조사와 어미)이지만 이것들 도 핵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어에서 ‘그 집’, ‘천천히 달려.’, ‘매우 예뻐.’, ‘집에’ 같은 예들을 들 수 있다. SOV 언어인 한국어는 이처럼 통사적으로 중 심 되는 것(핵)이 뒤에 오는 후핵 언어에 속한다. 한편 태국어는 중심 되는 핵이 앞에 오는 선핵 언어에 속한다. 태국어는 한국어와는 다른 SVO 언어에 속한다. 그리하여 중심어는 앞에 오고 수식어 는 뒤에 온다. 그런데 같은 SVO 언어이지만 영어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영 어는 중심 되는 핵이 뒤에 오기도 하고(예: the book / Uncle’s house), 앞에 오기도 한다(예: House of uncle / to the school). 흔히들 SOV 언어는 후핵 언어이고 SVO 언어는 선핵 언어라고 말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408 국어교육학연구 제45집 | 2012년 12월 이러한 언어 유형론적 차원에서 볼 때, ‘비가 오기 때문에’는 부사절이 라고 보기가 어렵다. ‘비가 오-’에 ‘-기’가 붙어서 명사절 ‘비가 오기’가 만 들어졌고, 이어서 이것 전체가 ‘때문’이라는 의존 명사를 수식하고 있으며, 연이어서 명사구(NP) ‘비가 오기 때문’ 전체에 부사격 조사 ‘에’가 붙어서 부사구를 이루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핵이 오른쪽으로 이동하였 다고 보는 설명 방식이다. ‘비가 오는 가운데’도 부사절이 아니라 통사 구조상 부사어구라고 보 는 게 설명적 타당성이 있다. ‘비가 오-’에 관형사형 어미 ‘-는’이 붙고, ‘비 가 오는’이 ‘가운데’라는 명사를 수식했기 때문에 명사구가 되며, 이어서 비 록 ‘비가 오는 가운데’에 ‘에’라는 부사격 조사가 붙지는 않았지만, ‘비가 오 는 가운데’ 전체가 ‘행사는 예정대로 열렸다’의 배경이 되고 있어서, 통사 구 조적으로는 부사어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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